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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픈 이야기들

대학병원만이 문제일까?

by braceinfo 2008. 11. 27.

오늘 티스토리에서 대학병원의 이모저모(?)에 대한 글을 하나 보았다....

글쓰신 분은 상당히 흥분상태에서 글을 쓰신 듯하고 댓글을 보아도 그러한 듯하다.

참고로 나는 치과의사이며
따라서 응급실이나 소아과와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
가재는 게편이니
뭐..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다.
하지만 글은 그런 의도로 적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


응급실을 둘러보자......

응급인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은 이미 내려졌던 건 아닐까?
우선 그 판단은 응급실 당직 의사가 하는 것이며.

응급실에서 응급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호자는 응급이 아니란 말을 믿은 것일까?

내 아이에게 작은 혹이 만져지는 상황에 응급실의 한 구석에서는 피를 뿜는 환자가 있다.
응급실에서의 판단은 그런 것이 아닐까한다.
수많은 응급실의 환자들속에서 의사는 누구를 응급으로 생각하고 봐야하는 것일까?

나도 맹장으로 응급실로 들어간 적이 있다. 아파죽겠지만 상당히 오랜시간 누워있었다
그 시간에 의사들은 노닥거리고 있었던 것일까?

나보다 더 아프고 죽기직전의 사람들과 씨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침에 응급실로 들어가 오후가 되어서야 수술을 받았다.

맹장이 터질지도 모르기에 수술방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아마 누군가의 차례를 비집고 들어갔을 것이다. 조금 더 기다려도 되는 환자였으리라.

그게 병원의 어쩔 수없는 순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 내 아이...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빨리 진료받고 확인받고자하는 심정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누굴 먼저 보고 누굴 살려야할 것인가에 대한 순간순간의 판단이

응급실에서는 미칠 듯이 일어나고 있음을 한 번 쯤은 이해의 시선으로 보아줬으면 한다.  

자~ 이제 평일의 진료실로 돌아온다.

외래 진료실에서 환자를 본다. 
그 환자가 가질 수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생각한다.
단 한마디라도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 차후에 벌어지면
의료소송에 휘말리고 설명고지의무를 불이행했다는 명목하에 죄인의 이름을 얻게된다.
따라서, 가능한 모든 이야기를 미리 해야한다.
그 환자가 죽을 병이었을때에도 죽을 수 있다고 해야하며 
10억만분의 일의 확률로 죽을 가능성이 있어도 죽을 수 있다고 해야한다.
그 말한마디에 의료소송과 멱살잡이가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있는 대로 겁을 주었다고 표현된 부분은 그런 부분이었으리라 예상한다.

몇가지 경우의 수를 들어보자...

걱정하지 마세요. 큰 병 아니네요...한두가지만 검사해 확인해보면 될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가 혹시라도 뭔가 다른 것을 발견한다면...오진이라는 이름이 붙고 죽일놈이 된다. 

일단 보기엔 큰 문제는 아닌거 같으네요..검사해보십시다.

이런 말 이후의 검사에 뭔가 대단한게 발견된다면? 따라서 의사는 말을 아낀다. 일단 검사하고 오세요...

의사는 신이 아니다.
주어진 환자의 상태와 각종 검사결과, 자료들을 보고 머리속에 있는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짜집기하여

환자의 상태를 정리하고 그 것을 요약한다. 그 것이 진단이라고 하는 것이다.

결론은 무엇인가?

아이는 대단한 문제가 아니었고 좀 더 검사를 해 확인해보면 되는 것이었다.
처음 아이를 대학병원에 보낸 의사는 백만불의 일의 가능성을 보고 큰 병원으로 아이를 보냈다.

( 지금 당장 응급실로 들어가야한다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고 했는지...많이 걱정되시면 지금이라도 가보세요

근데 토요일이라 가시려면 응급실로 가셔야해요 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응급실 의사는 응급이 아니라고 하였으며 진료실 의사는 백만분의 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고 검사를 더하자고 하였다.

 검사후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틀린 사람도 잘못한 사람도 없다.

어쩌면 비효율적인 것이 문제다.


왜 비효율적이 되었을까? 

인간적인 신뢰나 이해로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있을 때 사람들은 절차와 원칙을 만들어 낸다.


아주 단적인 예로 이전에 적은 글의 한 부분을 인용해본다.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사람의 인공호흡을 누군가 했다고 하자..
최선을 다했지만 그 사람은 죽었다
보호자가 나타난다. 멱살을 잡는다 니가 뭘 안다고 손을 대서 사람을 죽여~~ 
이 때 인공호흡을 한 사람이 한마디 한다. 전 의사입니다.
의사가 인공호흡도 못해 사람을 죽여? ~~아마 그 의사는 법정에 서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나가다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피를 흘리는 사람곁에 매달려 인공호흡을 한 그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며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해 주셔서 라고 인사를 할 보호자는 우리나라에 있는가?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의사는 있는가?

그런 모습이 없는 이상 비효율이라고 언급되는 절차와 검사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 부작용에 대한 사전 언급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