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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illusion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7. 10.
"<칼의노래>의 이순신은 실존한 그대로는 아니고
내가 만든 것인데.....
희망 없이도 잘 사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거다.
희망이나 전망이 없이도 잘 살아야 되는 게 삶이다.
그리고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희망을 전제하지 않고
어떻게 사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나는 희망 없이도 역사가 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헛된 희망이 인간을 타락 시킨다.
인간은 헛된 희망 때문에 무지 몽매해진다.
결정적으로 인간이 무지몽매해지는 것은
어설픈 희망 때문이다."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中 발췌


내게 사는 일은 더 이상 꿈꾸지 않는 것이다.꿈꾸는 법을 잊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행위가 더 이상 유효하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내 앞에 놓인 삶의 의무가 오롯하다.
그래도 꿈을 논하고자 든다면 외려 개체영속의 당위성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꿈을 거세당하였다 비의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외계나 타자로부터의 구원은 어디에도.
무엇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득한 후에야 비로소, 현실을 긍정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의 준엄한 고변은 내게 경책으로 내려쳤다. 한 때 꿈을 믿었고 꿈 꾸며 살길 원했던
나는,그가 토해내는 서늘한 사유와 통찰들이 무섭고 두렸웠었다.그의 말들은 현실에 대한
희생일까?아니면 또 다른 희망에의 열망일까?.....사는 일이 막막하고 허탈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겠다. 두려워하고 힘들어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내 몫으로 돌아
오는 삶의 의무와 고스란히 남는 세월은, 한숨 한 번의 찰나처럼 내 곁에, 내 속에 자리
잡는다는 것을. 더 이상은 부질없이 열정하며 희망으로 달떠, 비루한 현세를 위무하지
않아도 좋겠다,하고 내 자리에 담담히 설 자신이, 유일한 바람이며 꿈이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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