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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픈 이야기들

당신의 치과의사는 어떤 사람입니까? -(2)

by braceinfo 2009. 2. 14.
오늘 마지막 예약환자분은 저희 병원에 처음 오신 분입니다.
다른 치과에서 교정치료를 받고 계신 중에 저희 병원에 상담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앞니 두 개가 약간 나온 듯해서 교정치료 받으러 갔었는데요..지금은 이를 네 개 뺐구요
자꾸 후회가 되요"로 시작한 이야기와 함께 환자분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상담약속인 경우 병원은 조용합니다.
방해받지 않는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다른 환자분들의 약속을 잡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끔 이렇게 상담실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을 만나면...
다른 환자분의 약속을 안잡은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연애상담해주다가 앞에 앉아 눈물흘리는 아가씨덕분에
까페 안에서 온통 시선집중되고 나쁜 놈 되는 것 같은 그런 경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ㅎ

그 분과의 대화를 통해 치료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치료를 시작한지는 이제 두 달여가 지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교정장치가 붙은 입안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치료과정에는 큰 무리는 없어보입니다.

뭐가 제일 후회되세요?

처음엔 앞 니 두개가 좀 나온 듯해서 치과에 갔어요
의사선생님은 교정하면 되겠다고 잠깐 얘기하시고 실장님이라는 여자분과 이야기를 오래했어요. 
어금니도 잘못되었고 여러가지 문제가 많으니 이를 네 개 빼고 해야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상담을 받다가 치료를 하게 되었고 치아를 네 개나 빼게 되었는데요

치과의사하고는 문제점에 대해, 또 그 해결방법에 대해 상담을 안하셨어요?

했는데요..그냥 짧게 이야기하고 실장님하고 이야기하라고 했어요

그렇군요...근데요? 치료받으시기로 하고 진행했는데 왜 후회가 되시는거죠?

이빼고 교정장치붙이고 그리고는 설날이 되어 친척들이 모두 모였는데..
왜 생니를 빼고 교정을 하느냐? 그 정도면 이쁜데 무슨 교정치료를 하느냐?
너무나 말들이 많은 거예요.
사실 저도 이를 왜 네 개나 뺐는지 그게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고. ㅠㅠ

이를 네개나 뺐는데...이유를 들으셨겠죠? 전혀 못들으신 건 아닐테고..

네..실장님이 어금니배열에 문제가 있어 빼고 치료해야한다고 그랬고
또 이를 빼고 입을 넣어야 이뻐진다고 그랬고
치과의사선생님도 이빼고 교정하면예뻐지겠네..라고는 하셨어요.

본인이 입이 나왔다고 생각하세요...?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친척들이나 친구들은 아니라고 하구요. 잘 모르겠어요

이런 이야기들이 오래 지속되었고 저는 많은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환자는 계속 울먹거렸고 티슈통을 가져다 드리고 시원한 물도 한 컵 떠다 드렸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입술이 다소 나와보이는 편이었고 
아래턱이 다소 작은 골격성 부정교합이었으며 골격상태는 정상에서 벗어났지만 
치아를 움직여 절충 보상해 치료계획을 세울 경우였습니다. 

저라도 아마 치아 네 개를 빼고 교정치료해서 입술모양의 개선을 하려고 시도했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환자가 가진 가장 큰 바램이 무엇인가? 교정치료를 통해 무얼 얻고자 하는가.
뭐가 문제가 라고 생각하는가 등의
가장 기본적인 진단자료 수집조차 안되어있다는 것이었으며
(환자의 주소(Chief Compliant) 파악 불충분)
환자가 가진 문제가 의학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에 대한 설명이 없었으며 (진단Diagnosis)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치료계획 Treatment Plan)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등의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실장이란 비의료인에 의해 임의해석된 부정확한 의료정보들이 전달되었고
또 치료를 시작하게 하기 위한 몇가지 과장된 내용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상담기술에 의한 유인행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왜 담당치과의사는 본인의 직무를 유기하고 환자를 비의료인에게 방치한 것일까요?


환자분과 현재 상태에 대해 또 그러한 치료계획이 수립된 이유에 대해
또 그런 치료계획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과 얻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드리고 또 나누었습니다.


지금의 치료계획과 방법에는 제가 보기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며
그저 대화가 부족한 것이니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또 저같은 다른 의사나 인터넷에서 답을 구하려 하지말고
담당선생님과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친해지도록 노력해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환자분은 저희병원 상담실에서 눈물로 이야기를 시작해
담당선생님과 이야기 잘 해 치료 잘 받겠다고 웃으며 돌아가셨습니다.

이렇게 긴 상담을 마치고 나면
보람도 있지만 뭔가 빼았긴거 같은 느낌도 들고 또 안타깝기도 합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치아를 들여다보고 파고 때우고 긁고 그런 직업일까요?
치아를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일까요?

여러분의 담당 치과의사는 어떤 사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