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픈 이야기들

치과의사짓(?)이 가장 행복한 순간

by braceinfo 2008. 12. 27.

치과의사...란 직업이
저희 아버지때만해도
(저희 아버지도 치과의사셨습니다)
선.생.님.의 반열에 있었죠~

지금은 음음..글쎄요...

전문직이냐 서비스직이냐 라고
물어보신다면
전 서비스직으로 인식되고있는
전문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여간에 나름대로는 제 기준의 치과의사라는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지금 제 삶의 방식이 정답일런지는 살아봐야 알겠죠~

치과의사짓(?)을 하며 가장 보람있을때는 언제일까요?
(이거 때만 되면 몰려드는 학생들 설문조사 질문 중 하나군요..ㅠㅠ)

진료를 끝내고 수입을 확인할 때? ....ㅋㅋㅋ
전 이런 치과의사가 가장 불행한 치과의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치 이후에 팔릴 가격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나
음반판매를 예상하며 곡을 쓰는 작곡가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입니다.

치과의사가 뭔 예술가도 아니고...적절한 비유가 아닐지도 모르죠--;

좋은 그림을 그리면 생활이 가능해지고...
좋은 곡을 쓰면 유명해지듯이...
마음으로 환자분을 대하고 치료에 정성을 다하면 먹고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치과의사로서 가장 보람있는 또 행복한 순간은

첫 번째는 병원식구들과의 시간입니다.
함께 하루종일을 지내는 병원식구들과 같이 밥먹으며 세상돌아가는이야기도 하고
연애상담도 하고 마누라 자랑도 하고 빅뱅얘기도 하고.ㅋ
또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병원과 관계된 사람들과의 시간이 즐거울 때 행복합니다.
또 내가 가르치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얼굴에서 미소를 볼 때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또 다른 병원의 가족인 치료받는 분들로부터 고맙단 이야기를 들을 때 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환자라는 단어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치료를 받는 분들이란 길~~따란 말을 씁니다. 
아..또 원장이란 단어도 싫어하죠...선생이란 단어를 좋아합니다..또 옆길로 샌다...--;)

 가끔 상담실에서 이런 얘기들이 오고갑니다.

"선생님 그냥 앞니만 치료해주세요~~~가지런하게요"
"근데요...가능은 한데요...치료가 끝나고 나면 
치료가 잘 되었다고 본인도 기뻐야하지만 저도 기분이 좋아야할 것인데요...
다른 부분에 문제가 많은데 앞니만 치료하면 돌아나가실 때 전 기분이 찝찝할 거 같아요. 

 손가락이 곪았는데 이쁘게 네일케어를 받으시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치료비 받았다고 모른 척 해도 될지몰라도 전 그렇게는 안할랍니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환자분들이 전해주는 작은 편지나 선물, 
혹은 환한 미소로 건네는 인사가 제가 치과의사짓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인가 봅니다.


교정치료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 상담을 하는 날이었던
여학생이
작은 카드는 건네주었습니다.

주걱턱 골격으로
2002년 처음 병원에 와서
2008년 오늘 치료를 모두 끝낸
녀석인데요.

물론 그동안 계속 치료를 한 건 아니구요..
치료하다가 좀 쉬고 성장을 지켜보고 하면서 6년이란 세월을 만났네요~


직접 쓴 작은 카드와 엄마가 사주신 과자봉투를 겸연쩍게 들이밀고 가던 그 미소로 인해
가끔은 혼란한 의료시장에서 개업의로서 흔들리기도 하던 마음이 다시 돌아섭니다.

2009년에도 병원에서 치과의사와 환자가 아니라
작은 마음을 나누는 분들을 많이 만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