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남겨야 한다.
오늘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기에...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
한달이 조금 못되는 겨울방학기간 집을 떠나 기숙학원이라는 곳에서 지냈다.
오늘 아침 어쩌면 아주 짧은, 그 과정을 마친 아들을 데려왔다.
그리고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이미 본 영화인 About time.
하지만, 나와 함께 꼭 봐야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던 About time이란 영화를 보러갔다.
중학교 2학년경부터 시작된 녀석의 사춘기는 참 길었다.
감정의 뇌를 조절하는 이성의 뇌가 아직은 두꺼워지지않은, 해부학적인 미성숙은
말과 생활 등 전반적인 것들을 스스로 어렵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스스로도 정의할 수없는 그 무언가에 의해 흘려보낸 시간속에서
녀석에게 건네준 이야기들 그리고 질책 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아들에게 전했던 아주 많은 것들이
이번 3주간의 학원생활 중에
녀석의 가슴 깊은 곳에 한 순간에 도착하는 신기한 일이 생겼다.
참 정감없는 표현이지만 전두엽이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공부를 하는 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
삶에 대한 접근방식 그리고 몇가지 심리학적인 이야기들...
About Time이란 영화의 내용 중에도 그 중 하나와 연관된 이야기가 나온다.
'아빠같은 아빠가 나와요...' 라고 했던 녀석
영화가 끝나고 "어느 부분이 아빠같은지 알아요?" 라고 물어보던 녀석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울던 녀석의 마음 속에 이미 나는 들어가 있었다.
방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몇 년간의 정의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사춘기.
낮아져버린 자존감과 목표의 부재. 혼란.
스스로도 견디기 무척이나 힘들었을 그 시간동안
그 속에서 내가 건냈던 수많은 말들 중 하나는...
" 아빠가 그동안 가장 아까운 건.
떨어진 네 성적이 아니다. 많이 외우지 못한 영어단어도 아니고...
그건 언제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네가 중학교 3학년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 중에
아빠로서 그 시기마다 너와 함께 보내고 나누려고 준비했던 많은 것들을
함께 나누지 못한 안타까움이다.
중학교 2학년 아들과 할 수 있었던 일
고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제 나에게 그 시절의 아들은 만나볼 수 없게 되었으니 그게 눈물이 나도록 아깝다."
영화속에서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산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곤 아이시절의 아들과 해변을 걷는다.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아마도 아들이 아이에서 소년이 되고 또 청년이 되어 어른이 되는 그 순간마다를 다시 함께 걸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그 시절이 아깝고 그리운 것은 사실이지만 돌아가보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분명 아니라고 할 것이다.
네가 힘들고 어려워하던 시절을 옆에서 지켜보았으며
또 네 마음속에 나의 이야기들이 온전히 들어가는 기쁨의 순간을 만나보았으며
커가는 너를 지금도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내가 계획하고 준비했던 것들은 아닐지라도 분명 너의 하루하루를 함께 지냈다.
그리고 아이와 소년의 모습을 지나 남자의 냄새가 나는 이 시절까지
내가 너와 함께 만들어 온 지금의 모습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더구나 남자의 모습으로 또 다른 시간을 공유할 날들은 아직 충분하기에...
아빠라면 어느 쪽이든 답을 줄거라고 생각했어요 라고 울먹이던 아직은 어린 아들아.
네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구에게 답을 찾아줄 수 있을 때까지
답안을 들고 곁에 있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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