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찌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은 2차 대전이 종전되고 긴 세월이 흐른 뒤 1961년
이스라엘의 법정에 서게 된다. 15년의 도피생활 후 체포된 그는 50대 중반의
너무나도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법정에 서 있다. 유죄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맡겨진 일을 열심히 잘 한 것 외에는 나는 잘못한 일이 없다’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이동 중에 혹은 수용소에 도착해서 효율적으로 유태인을 학살하기 위해
가스실이 설치된 열차를 만든 사람이 바로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나는 잘못이 없
다 단 한 사람도 내 손으로 죽이지 않았다. 죽이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시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한 직원이었을 뿐이다.’ 이러한 주장으로 8개월 동안 재판은 지속된다.
지루한 8개월간의 재판을 꾸준히 지켜본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에서 이렇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 아이히만은 아주 근면한 사람이다.
물론 근면성은 범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심의 가책은 없었나?’라는 법정에서의 질문에 대해 그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지난 2012년 한 치과의사는 치근 활택술을 시행하기 전 마취액 주입기를 사용해 마취를 하는 과정에서
리도카인이 주입되는 동안 바늘이 빠지지 않도록 바늘 아래 부분과 연결된 마취액 주입기의 줄을
치과기공사에게 잡고 있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 중 환자에 의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소송을 당했다.
이 경우는 단순히 마취액 주입기의 줄을 잡는 행위가 반드시 의료인이 해야 할 행위라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와 유사한 위임진료에 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의료법 제27조는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법인 위임진료를 지시하는 치과의사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본인이 부여 받은 의료인이라는
소명을 망각하고 직업적 윤리를 배반하는 의료인은 이미 의료인으로서 그 자격이 없다 할 것이다.
단순히 개인사업자로서의 치과원장이 아니라 의료인의로서의 직업적 윤리와 소명의식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또한 직원들에게 올바르고 정의로운 모습을 가져야 하는
조직의 리더로서 정녕 부끄럽지 않은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그 곳에서 급여를 받으며
근무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진료의 범위를 넘나들며 치료계획의 변경까지 만드는 환자 상담,
자신의 면허범위가 아닌 행위를 하면서 본인의 능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오판, 의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사실을 상업적으로 과장하여 환자에게 설명하는 행위,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위들이
현재 만연하고 있다.‘양심의 가책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영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던 아이히만과 같이,
나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직업적 윤리의식이 부족한 사람들 역시 치과계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지도자라고 생각하지만
국민과 대중이 세상을 바꿨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하고픈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0) | 2019.10.08 |
---|---|
병원 선택에 대하여 (0) | 2014.01.06 |
치과가 안 무서워지는 비법 (3) | 2013.01.25 |
리치몬드 제과점에서 병원의 미래를 보다 (4) | 2012.02.01 |
모든 치료의 시작과 끝은 치과의사가 직접하는 상담 (0) | 2011.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