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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픈 이야기들

의사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by braceinfo 2008. 9. 16.
제목이 넘...강한건 아닐까?



사실 난 치과의사이기에...치료중 사람이 죽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더구나 교정치료를 주로 하고 있는 형편이니 더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환자를 만나는 진료실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의사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든다.

환자가 가진 문제점을 정리한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개선할 만한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는 그 방법에 따라 개선해 나아간다.
아마 이 것이 진단과 치료계획 그리고 치료라는 말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과정일 것이다.

그러한 과정 중에서
어느 것이 환자를 위하는 길인가를 고민하기도 하고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기도 한다.
그렇게 가지고 있는 의학적인 지식과 기술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사라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완벽하게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경우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환자가 죽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그러한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환자와 보호자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박수를 쳐줄 것인가
아니면 언성을 높이며 고소장을 들이밀 것인가

이러한 여러가지 생각들과 함께
의사는 여러 환자를 만나고 나이가 들어간다.
내가 환자편에서 생각하고 고민했던 부분들의 결과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경우에 실망하면서 더 노력한다.
때로 그러한 결과로 인해 좋은 뜻으로 시작했으나
원망과 질타 그리고 정신적인 고초를 겪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가진 뜻과 나의 최선이
환자들에게 그 본질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 때
의사는 환자의 입장에 서길 꺼려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를 방어진료라고 하게 되는 것이다.

임상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와 10 여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아직도 환자편에서 치료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때로 마주치는...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몇몇의 환자와 보호자 덕분에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있지는 않을까 되돌아본다.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길에서 쓰러졌다
인공호흠과 심폐소생술을 해야할 상황이다.
누구 어디 의사 없어요? 라고 소리지른다.
의사가 나선다...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국 그 사람은 숨을 거둔다.

잠시후 의사는 멱살을 잡힌채로 환자보호자에게 끌려다닌다.
"의사란 놈이 .XXXX ....니가 죽였어...."
 
최선을  다 한 그 사람, 지나가도 되었던 의사에게
손을 붙들며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세상이 오지 않는다면
의사들의 줄타기와 방어진료는 막을 수없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오늘도 한 편으로는 멱살을 잡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하지만 한 편으로 내 마음을 알아주며 웃어주는 환자들이 더 많다는 것에 힘을 얻으며 진료실에 선다.

이러한 나의 자세가 내 나이 60이 되도록 변하지 않길 바래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