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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픈 이야기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사랑하는 여러분들께

by braceinfo 2010. 8. 23.

“안녕하세요 박창진 입니다. 앉으세요.”

 

이렇게 새로 오신 환자분과의 상담은 시작됩니다.
(
전 환자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주로 조금은 길지만 치료받으시는 분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치과의자에서가 아닌 제 원장실 책상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것이
제 상담 스타일입니다.

입 안을 들여다보기 전 치과이야기를 하기 전 몇 가지를 여쭤봅니다.

교정치료는 왜요? 왜 하려고 하세요?”

이 질문은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치료를 받으시려는 분의 치료에 대한 목표나 기대감을 듣는 과정입니다.

치료에 대해 기대하고 계신 부분이 예뻐지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좀더 건강하게 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하여간에 병원을 찾게 만든
그 분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을 의사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가 가지고 있는 의학적인 지식은
환자에게 치료를 권하거나 강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가진 원하는 바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답을 들은 후에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교정치료 관련되어서 상담을 받아보신 적은 있으세요? 상담 받으셨으면 왜 치료 시작 안 하셨어요?”

치료를 받고자 하는 분이 교정치료에 대해 가지고 계신 관심 정도와
이전 병원에서 느끼셨던 점들을 듣게 됩니다.
제법 많은 비용과 시간 등 여러 가지 투자가 필요한 교정치료 과정을 잘 지내실 정도의 열의가 있으신지, 

치료받으시는 동안 어떤 부분을 더 신경을 써드려야 할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나갑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동안
저는 상담중인 분과 눈을 맞추고 입술과 혀의 움직임을 보고
얼굴의 모습을 미적으로 또 기능적으로 평가해 나갑니다.



자 이제.
입안의 치아들을 살펴보기 시작하며
치과교정의사로서
제가 가진 의학적인 지식들을 토대로
현재 가진 문제점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고
치료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보기 시작하며 상담이 진행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간은 훌쩍 지나갑니다.
대개 첫 상담에서 30분에서 길면 한 시간까지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또 교정전문의로서 내가 가진 것들을 머릿속에서 뽑아내며 
그렇게 상담을 하고 나면 늘 달리기를 하고 난 것처럼 지치게 됩니다.

가끔은 그렇게 상담을 하며 광범위한 치료가 필요 없음을 설명 드리고 치료를 하지 마시라고 설득하기도 하고 
교정치료보다는 다른 방법의 치료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을 드리며 
다른 병원을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상담을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어제 다녀가신 환자분은 약간 삐뚤어진 앞니와 약간 나와 보이는 입 모양 때문에
이미 여러 곳의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유명한 치과를 찾아가 라미네이트라는 치료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으셨고 

다른 치과에서는 앞니만 부분교정하자는 이야기를 그리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치아를 4개 빼고 

전체적으로 교정치료를 하자는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합니다


왜 모든 치과의사의 이야기가 다른지 어느 방법이 정말 좋은 방법인지 입이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건강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고 도대체 얼마나 입이 들어가는 게 예뻐 보일 것일지 등등에 대해 

좀 자세하게 알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오랜 시간 저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동안 가졌던 궁금증들을 해소하신 후 미소를 띠며 돌아가셨습니다



의학은 과학입니다.
과학은 논리이고
따라서 의사만 알고 환자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의사를 믿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내 몸을 맡길 수는 없는 거지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는
경력이나 학력 같은 껍데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치과의사는 치아를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치아를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다라는 선배치과의사이신 

제 아버님의 가르침처럼 가끔은 직접 교정장치를 붙이고 철사를 만지지 않아도 환자분이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원하고 있는 치과의사입장에서는 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환자분은 마음속의 궁금증과 짐을 덜어내고 가셨으니 보람은 있는 일이겠죠)

그렇게 환자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교정치료를 하며 지내온 것이 이제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예전에 치료했던 꼬마가 대학생이 되어 나타나는 걸 보면 저도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2010년 여름.
 
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더 편안한 분위기, 병원 같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새롭게 실천에 옮겨보려고 합니다

병원에 오실 때 느끼는 중압감이나 부담감을 조금 더 없애면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맘 편하게 들어볼 수 

있으리란 생각도 일정 부분 차지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것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새로운 병원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치과는 여러 가지 많은 장비와 소독시설 등이 요구되는 진료과이기에 
그런 편안한 분위기 속에 어떻게 완벽한 진료시설을 갖추는 가는 저의 숙제겠지요.

 

 

치과의사로 살아오는 동안 진료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나 환경은 어떤 것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인테리어를 하게 되었고 환자분들에게 보다 더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드릴 방법을 모색하다가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치과의사 외에도 몇 가지 일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 재활치료를 돕는 자원봉사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하고도 있습니다

치과의사 외에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과 제가 아는 다양한 분들을 위한 공간을 

새로운 치과와 함께 공존시키려고 합니다. 


그렇게 주택의 1층은 치과가,
2
층은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라는
어쩌면 조금은 새롭고 조금은 이상한 공간이
2010 10월 홍대 앞 카페들 사이에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야기했듯이 저는 치과도 추억의 공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치과의사와 환자로 만났다가
그렇게 헤어질 수도 있고
서로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치료받는 기간이 힘들고 아픈 기억이 될 수도 있고
즐겁고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병원으로 이사가면
아마 저도 조금 더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치료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치료받으시는 분들과
사는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눌 수 있는
그런 모습이 되었으면 합니다.

 

 

햇살 좋은 가을날. 홍대 앞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